한의신문
대구 비엠한방내과한의원 원장 이제원 기고
: 내과 진료 톺아보기 9
2024. 5. 20.
"뇌내출혈이 있는데요, 인터넷 검색으로 내원했습니다."
50대 남성 환자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의세부 전공은 순환신경내과(cardiology & neurology)이고, 뇌내출혈은 순환신경내과에서 주로 담당하는 질환이다. 환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보고 내원한 것이다.
환자의 종합병원 의무기록사본을 살펴보았다. 뇌 자기공명영상(brain MRI) 및 뇌 전산화 단층활영(brain CT)상 우측 조가비핵(putamen)에서 혈종이 관찰됐다.
그런데 첫 brain CT 검사를 시행한 날짜를 보니 불과 내원 16일 전이었다. 내원 9일 전 시행한 두 번째 brain CT상 혈종이 약간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상당량이 남아있었고, 혈종 주위 부종이 계속 관찰되는 상태였다.
병원 주치의가 퇴원을 지시한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환자는 도망치듯 겨우 퇴원했다면서, 다시는 입원하지 않겠다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답했다.
환자의 말에 따르면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내원 20일 전 해외여행 중 갑자기 왼손에 힘이 빠지면서 말을 듣지 않는 증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증상은 다음날 완전히 회복됐다. 3일 후 귀국했으나 일요일이었고, 다음날 검사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후 병원에서는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입원했는데 그 후 5일 동안 왜 입원했는지, 현재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동안 주치의를 한 번도 못 만난 것이다. 간호사에게 부탁해 겨우 주치의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치의는 한숨만 쉬며, 자세한 설명을 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주치의에게 다시 검사해 보고 싶다고 부탁했지만, 주치의는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입원 7일째가 되어 두 번째, brain CT 검사를 시행했고, 환자는 검사를 마치자 마자 도망치듯 병원을 나왔다고 했다.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좌측 안면의 중추성 마비와 좌측상하지 원위부 근력의 경미한 저하(mMRC grade 4+)가 관찰됐고, 수정바델지수(MBI)는 완전 독립 상태였다. 일단 주3회 내원과 침구 치료, 매일 2회 이상의 혈압 측정 및 기록, 첩약과 함께 처방될 식단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통원 치료를 시도해보자 했다.
자발성 뇌내출혈 및 고혈압 외에 본원의 추가 검사에서 BMI 28.0kg/㎡의 전비만단계, Cholesrerol, total 287mg/dL, Triglyceride 300mg/dL의 이상지질혈증이 관찰됐다. 이들 소견과 함께 榮•紅한 舌質, 白 •厚•潤•粘한 舌苔, 沈•虛•滑•洪•無力한 脈象을 통해 습열증(濕熱證)으로 진단 후 중풍열증(中風熱證)에 사용하는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을 기본으로 처방을 구성했다.
좌측 안면 마비와 상하지 근력 저하가 서서히 회복되고, 화학합성약물 복용 없이 혈압이 안정적으로 잘 유지됐다. 발병 약 3개월 후 시행한 brain CT 검사에서 혈종 및 부종이 모두 호전된 것으로 관찰됐다.
치료 5개월 후 BMI 22.5kg/㎡, Cholesterol, total 256mg/dL, Triglyceride 103mg/dL 등 다른 검사 결과도 크게 회복됐다.
환자는 '편안한, 건강한 병원 방문이었습니다' 라는 말로 치료 과정을 요약했다.
세조의 『의약론(醫藥論)』 에서 최고로 꼽은 심의(心醫)는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그 마음이 동하지 않게하는 의사이다. 한의학은 병을 치료하는 데 환자의 정신 상태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론이 전문직 윤리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한의학 이론은 항상 사람을 향하고 있으며, 한의사는 검사 자체가 아닌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도구는 도구일 뿐, 그 도구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잘아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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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진료 톺아보기⑨ - 한의신문
“뇌내출혈로 일주일 입원 후 퇴원했어요”
사람을 중심에 두는 한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현대진단기기 사용은 국민 건강 증진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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